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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만드는 ‘마을돌봄공동체’(1)
[강익칼럼(4)] 춘천사람들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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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매거진 작성일18-09-16 00:57 조회2,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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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장)

 

지난 달 춘천 사북면 고탄마을 청년들, 사회복지전문가, 사회적경제인 등이 모여 농촌 마을의 어르신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나눈 마을 청년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 청년들 이야기에 따르면, 본인들은 마을에서 어린 나이에 속하는 청년이다. 이 40~50대 청년들의 고민은 지역의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 이 어르신들 세대 상당수가 독거노인세대이거나 부부노인 세대로 구성되어 있고, 어르신들이 제대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춘천시 65세 이상의 어르신은 5만7천 명이다. 춘천 인구 10명 중 2명이 어르신이다. 농촌 지역 어르신은 10명 중 3명꼴이다. 

 

이 청년들이 이야기한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고탄 마을 어르신들은 병원에 한번 다녀오시려면 하루가 걸린다. 청년들이 어르신 몇 분을 자가용으로 모시고 가면 2~3시간에 해결될 일이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 편이 적기 때문에 오전 이른 시간에 나가도 오후 늦게 돌아오실 수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 편도 줄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은 병원에 방문하기 더 힘겹다. 마을 청년이 한 어르신 집에 방문을 했더니 어르신이 일주일 동안 전기를 켜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지내고 계셨다. 이유는 형광등 전구를 갈지 못해서였다. 이웃에게 부탁을 하기도 미안하고 해서 그냥 그렇게 지내셨다고 한다. 어떤 어르신은 가스통 연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식사의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독거 어르신 분들 중 일부는 집안의 청결 상태가 좋지 못하다. 우리에게 별거 아닌 소소한 일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힘든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청년들이 모여 ‘마을119’ 활동을 시작하였다. 마을119 청년들은 순번에 따라 자신들의 승용차로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형광등 전구를 갈아주는 등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소소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런 선의의 일도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어르신을 병원에 모시다가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그래서 마을 청년들이 고안해 낸 방법은 본인과 자녀들의 각서를 받는 거였다. 어르신의 자녀가 6명이면 6명의 각서를 다 받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최근 마을119 활동은 정체 상태이다. 그래서 마을 청년들은 마을의 사회적기업인 별빛산골센터를 기반으로 보다 공식적인 형태의 마을 돌봄을 준비하고 있다. 별빛산골센터는 지역아동센터와 산골유학을 통해 작은 학교를 지킨 대표적인 마을교육공동체 모델이다. 이제 별빛산골센터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넘어 마을돌봄공동체와 마을경제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사북면 고탄마을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농촌 마을 전반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원도심에 사시는 어르신들과 신도심 아파트에서 사시는 어르신들도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국가복지와 시장복지, 현재 진행되는 복지를 확대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어르신들의 돌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국가복지와 시장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을돌봄공동체이다.   

 

마을돌봄공동체는 마을공동체 스스로의 힘으로 복지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 간다는 전제 아래 국가의 지원을 결합하는 대안적 복지모델이다. 마을돌봄공동체는 어르신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 못지않게 공동체적 인간관계 회복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하는 모델이다. 그럼으로써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복지를 지향하는 ‘사람 중심 마을 돌봄’ 모델이다. 춘천에서 마을돌봄공동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 계속 

 

이 글은 <춘천사람들>(2018년 5월 12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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